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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

#5. D-DAY 드디어 얘기를 하기로 결심한 일요일이 왔다. 그는 출근했고 난 침대에 누워 어제를 기억해 보았다. 어젯밤 나는 친구를 최대한 늦게까지 만나고 자기 전 그와 잠깐 마주했다. 퇴근 후 약속을 마치고 집에 있는 그를 내가 과연 포커페이스로 잘 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기 전 심호흡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를 보는데 이상하게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그 카톡에서 성매매 후기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내 인생을 덤프트럭으로 쳤던 그 X자식은 따로 내 머릿속에 있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연애까지 합쳐서 3년 가까이 믿어 온 너무 착하고 다정했던 사람이었다. 뇌에서는 내 눈앞에 있는 그와 나를 상처 주고 내 인생을 망가뜨린 그가 같다는 인식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가 성매매하는걸 영상.. 더보기
#3. 사고 후 6시간 잠든 지 1시간도 안되어서 눈이 떠졌다. 새벽 6시. 그는 출근하고 없고 나는 이 침대에서 일어나면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출발선에 서서 걸어야 한다. 일단 내가 처음 한 일은 이혼전문변호사를 찾는 것이었다. 검색해 본 결과, 유명한 이혼전문변호사는 작은 사건들은 직접 하지 않고 밑에 직원들에게 시키기 때문에 별로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한테 잘 맞는 변호사를 찾으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그럴 힘이 없었다.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그곳에 가서 그냥 무작정 들어가 내 사정을 하나씩 말하며 돌아다닐 모습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리고 발품을 팔며 잘 맞는 변호사를 찾을 때까지 걸리는 그 시간 동안 그를 평소처럼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의 플랜은 이혼전.. 더보기
#2. 이성인가 생존본능인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결심을 했다. 여기서 더 진실을 알게 되든 아니든 이미 나는 웅덩이에 빠졌다. 이 하나의 증거만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난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의 대한 믿음은 깨졌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내가 먼저 본 증거를 저장을 했고 혹시나 더 이런 내용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 후기를 써 내려간 카톡대화를 쭉 내려가보니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를 잘한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가성비로 동남아 여자로만 하지만 돈이 많으면 국산으로 하고 싶다. 천만 원만 있으면 풀코스와 VIP 등 그 세계의 용어들을 써가면서 유흥으로 돈을 탕진하고 싶다는 대화를 나눈 것을 보았다. 손이 차가워져 갔다. 보고 있는 손이 떨렸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가슴이 엄청나게 빠르게 뛰고 손이 차가워져 .. 더보기
#1.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회식이 잦아지고 연락이 되지 않아 싸운 다음날 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화해의 저녁을 만들어 먹고 대화하며 함께 손잡고 산책하며 화해를 했던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 깨있던 새벽.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가 오피스텔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것도 결혼식 이후 3개월밖에 안된 시점에, 멀리서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저녁을 사기 위해 갔던 날. 무리에 의해서, 타의에 의해서도 아닌 자기 스스로 갔다는 사실. 블로그 후기처럼 너무나 자세히 어디로 갔고, 실장이란 사람을 만나 안내받아 오피스텔에 가고 거기서 어떠한 여자와 어떻게 했는지,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용어들을 쓰며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까지 받았다는 상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냥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해주는 줄 알았다.. 더보기